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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YH

공포 단편선 | 생명 빌리기

야간 근무를 마치고 새벽 3시, 병원의 텅 빈 복도를 걷던 천청. 밤의 병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요함이 감돌았다. 형광등이 가끔 깜빡이며 자잘한 웅웅거림을 낼 뿐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렸고, 반쯤 열린 창틈으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와 벽에 걸린 진료 기록지를 살랑이게 했다. 모퉁이를 돌 때, 그는 갑자기 작은 소녀를 보았다. 새빨간 원피스를 입고 맨발인 채, 분필로 동그라미를 뱅글뱅글 그리고 있었다. "얘야?" 천청은 걸음을 멈췄다.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 병실에 안 들어가고 뭐하니?"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고, 핏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아저씨,"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듯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한테 생명을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천청은 잠시 멍해졌다. 이내 웃으며 몸을 낮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얘야, 헛소리 말고. 얼른 병실에 들어가렴. 장난치지 말고."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쩍 벌리고 웃었다. 그 미소는 비정상적으로 달콤했고, 그녀의 치아는 가지런하고 하얗게 빛났다. 천청이 몸을 일으켜 떠날 때, 등 뒤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가 돌아보았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사흘 뒤, 천청은 교차로에서 통제 불능의 트럭에 치여 날아갔다. 장례식 당일, 친척들이 영정 앞에 서 있었고 목사가 마지막 기도를 마치자마자 관 속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관뚜껑이 천천히 밀려 열렸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관 속은 텅 비어 있었다. 검은 천 위에 누렇게 바랜 종이 한 장이 조용히 놓여 있을 뿐이었다.

2026.09.11 오전 9:46 · 조회 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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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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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혀 있기를: "빌려준 나의 30년, 고맙소." 영안실은 순식간에 죽음 같은 침묵에 잠겼다. 다음 순간, 문밖에서 구두가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따각. 따각. 따각. 모두가 겁에 질려 고개를 돌렸다. 진청이 영안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빳빳한 정장에 창백한 얼굴로, 그는 천천히 모두를 향해 입을 씰룩이며 웃었다. 날카로운 송곳니 두 줄, 가지런히. 눈부시게 하얗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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