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디오
내 시선에 머문 2
아파트 3층, 베란다 방충망 사이로 그녀의 자세한 이목구비는 보이지 않지만, 제법 큰 키와 말랐다는 건 비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흔들거리는 몸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 상관없이 오로지 움직임없는 시소만 바라보는 그녀가 유일하게 움찔거리는 때가 있다. 노란 버스가 도착한 순간 찰나다. 노란버스가 속속 도착하는 하원시간, 알록달록 너나나도 자기가 좋아한 색과 캐릭터가 그려진 비옷 중에 티니핑 중 조아핑이 그려진 비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젖은 시소를 꾹꾹 누르거나 탈 때다. 깊게 쓴 우산이 올라가고, 그녀에게 두가지 표정이 스친다. 눈꼬리를 내린 웃음과 슬픔이 아주 짧은 찰나의 간격으로 지나가지만, 그 자리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내내 이어지다 어느새 비가 멈추면 그녀보다 한참 작은 우산을 접어 팔목에 건다. 고개를 돌려 시소를 바라보다 천천히 아이들의 흔적이 머물렀던 곳을 하나하나 만져본다.
2026.09.01 오후 2:27 (수정됨) · 조회 수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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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47
ledy
뭔가 귀여운 아이가 상상이 가는데도, 저에게는 그닥 밝은 분위기로 안 읽혀지는 게 정말 오묘한 기분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