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YH
공포 단편 | 헬멧
퇴근길, 신호 대기 중이던 심정은 옆에 멈춰 선 오토바이를 보았다. 풀페이스 헬멧을 쓴 라이더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짙은 색의 바이저를 쓰고 있었다. 심정은 힐끗 옆눈으로 보았는데, 헬멧 디자인이 십수 년은 된 듯 무척 낡아 보였다. 신호가 바뀌자 상대방이 먼저 출발했다. 심정은 그 뒤를 따랐다. 상대방은 계속해서 아주 느리게 달렸고, 심정은 그의 앞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다음 교차로에 이르자 상대방이 멈춰 섰다. 심정도 멈췄다. 라이더는 고개를 돌려 짙은 색 바이저 너머로 심정을 바라보았다. 심정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그는 속도를 내 달아났다. 두 블록을 지나 후미등으로 뒤를 확인했을 때, 그 헬멧이 똑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그는 가속하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어 몇 번이고 방향을 틀었다. 후미등 속에서 헬멧이 사라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속도를 늦췄다. 그때 그는 머리 위에 헬멧이 하나 더 얹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풀페이스, 짙은 색 바이저. 그는 헬멧을 벗으려 손을 뻗었지만, 버클이 꽉 잠겨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바이저 안쪽에 무언가가 김 서린 유리 위에 손가락으로 쓴 글씨처럼 나타났다. '내 모자를 썼으면, 내 대신 끝까지 달려야지.' 심정은 얼어붙었다. 방금 전 그 라이더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오토바이가 아니었다. 계기판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 젊은이는 같은 디자인의 헬멧을 쓰고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사진 옆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십오 년 전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달렸다. 멈출 수 없었다. 오토바이는 저절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가본 적 없는 길을 지나 마지막에는 오토바이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철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안에는 불이 켜진 등 하나가 보였다. 그때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2026.10.09 오후 12:32 · 조회 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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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YH
작성자철문이 반쯤 열리고 안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한 노인이 걸어 나왔고, 그를 보자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 "네가… 어쩌다 이 모자를 가지고 있게 됐지?" 심정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노인이 다가와 그의 안경을 들어 올리고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한숨을 쉬었다. "들어오게. 그가 자네를 오래 기다렸네." 심정은 오토바이 가게 안으로 안내되었다. 안에는 낡은 오토바이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고, 번호판은 그가 타고 온 것과 똑같았다. 오토바이에는 같은 디자인의 헬멧을 쓴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그가 15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이며, 오토바이는 계속 고치지 못해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일 밤 사람을 찾아 나가서 태워달라고 부탁하곤 했지." 노인이 말했다. "찾으면 데리고 돌아오고. 자네가 처음으로 돌아온 거야." 심정은 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헬멧의 바이저가 천천히 올라갔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헬멧 하나와, 마침내 내려놓은 어깨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