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YH
양말
양말은 몸에서 가장 조용한 이웃입니다. 말없이, 눈에 띄지 않게 신발 속에 조용히 머물며 발이 모든 길을 걷도록 동행합니다. 어릴 적 양말은 늘 쌍이었습니다. 엄마가 사 오시면, 한 켤레씩 접어 서랍에 넣어두셨죠. 흰색, 회색, 줄무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 그때는 왜 양말이 좌우가 다른지 몰랐어요. 똑같이 생겼는데 말이죠.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 어떤 양말은 오래 신으면 늘어나서, 늘어나면 발가락 부분이 천이 조금 남고, 걸을 때마다 껄끄러웠어요. 마음속 작은 응어리처럼요. 체육 시간 양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얀색이었는데, 발바닥은 더러워지고 발끝은 해졌죠. 집에 와서 벗으면 엄마는 늘 눈살을 찌푸리며 말씀하셨어요. "너 달리기했니, 싸움했니?" 그러고는 양말을 세탁기에 던지셨죠. 그때의 양말은 소모품이었어요. 매일 바꿔야 하는 물건이었죠. 아무도 특별히 아끼지 않았어요. 조금 더 자라서 직접 양말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죠. 양말에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요. 두꺼운 것, 얇은 것, 짧은 것, 긴 것, 운동용, 정장용. 겨울에는 두꺼운 양말을, 여름에는 얇은 양말을 신어야 하고, 구두에는 어두운 색 양말을, 운동화에는 화려한 양말을 신을 수 있죠. 양말은 선택이 되었고, 자기표현이 되었고, 오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표현이 되었어요. 하지만 어떤 양말은 절대 버리지 못합니다. 어느 길을 함께 걸었던 양말, 뒤꿈치가 얇아지고 발바닥에 보풀이 일고 고무줄이 늘어났어도요. 아깝거든요. 그 양말은 당신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니까요. 첫 구두 면접 때의 긴장감, 어떤 겨울에 누군가를 보러 멀리 걸었던 길, 발에 물집이 잡혔던 그 길을요.
2026.10.14 오전 9:53 · 조회 수 3
Lv.24
changYH
작성자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던 날이 기억나. 양말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바로 '동행'이야. 신발처럼 눈에 띄지도 않고, 부츠처럼 강인하지도 않지만, 양말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네 피부에 밀착해서, 네 땀을 흡수하고, 신발 안의 거친 부분을 막아주지. 겉으로 드러나길 요구하지 않고, 그저 제대로 신겨지기를 바랄 뿐이야.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부드러운 동행이란, 종종 이런 식이지. 밖에서 큰 소리로 선언하는 게 아니라, 안에서 조용히 지켜주는 것. 그러니 네 양말을 잘 대해주는 것을 잊지 마. 그리고 양말 같은 사람들도 잊지 마.
Lv.72
討厭鬼
공유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