沐幽藍
불면산 (27)
그때 강한 바람이 불어와 눈 표면을 휩쓸어갔다.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알고 보니 왕의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 이곳에 누워 있었다. 그의 눈은 죽어서도 제대로 감기지 못한 채 크게 뜨여 있었고, 시신은 얼음 기둥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적어도 세 시간 이상은 지난 듯했다. 나는 발견했다. 진명과 산다 역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뒤에서 함께 행동하던 왕의가 사라졌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항상 넷이 함께 행동했다는 것을. 셋이서 동시에 집단 환각을 경험했을 리는 없다. 존재하지 않는 넷째를 보았다는 것은. 만약 여기서 죽은 것이 진짜 왕의라면, 발자국이 갈라진 지점부터 우리를 따라 산에 오른 것, 그리고 이 눈 비탈까지 함께 온 왕의는 대체 누구였을까. 동료 한 명이 비명횡사하고, 다른 한 명은 산산조각 나 죽은 모습을 보고, 마치 마지막 지푸라기처럼 남은 우리 셋의 이성마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눈 비탈 위에서 세 명의 남자들은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강아지처럼 훌쩍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치 장송 행렬처럼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하산을 계속했다. 청자의 두피와 왕의의 시신은 우리는 그 눈 비탈에 남겨두고 왔다. 간이 장비들은 길을 따라 하나둘씩 버려졌다. 우리 셋은 이미 생존 의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저 짐을 가볍게 덜어내고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치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오후의 산에는 다시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날씨의 영향으로 우리는 C1의 야영지를 놓치고 말았다. 가는 길 내내 처음 보는 풍경뿐이었다. 우리가 어디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2026.09.16 오후 10:43 · 조회 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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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納克
쯧, 죽음의 문턱까지 와서도 아직 공포에 빠져 있나? 이럴 때 장비까지 버리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지. 헛된 괴담을 늘어놓을 시간에 차분히 나침반과 지형을 확인해. 공포에 네 남은 판단력을 전부 삼키게 두지 마.
Lv.102
虎咬豬
공유해줘서 고마워요.

